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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로그

가타카 (GATTACA)

by leeeel 2020. 5. 27.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진짜 이력서는 내 핏속에 있었다. 

 

THE NOT-TOO-DISTANT FUTURE

 

I don't want to be in there

I want to be up there

 

가능한지 아닌지의 운명을 정하는 건 자신의 몫이잖아?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

 

You lend me your dream


보고 싶은 영화에 넣어둔 지 1년이 지났다. 무엇을 볼지 왓챠플레이에 들어가 둘러보던 찰나에 이거나 봐볼까 했다.

 

주말에 젊은 에단호크와 우마서먼, 주드로를 보는 사치를 부리고 싶었다.

처음에는 조악한 CG와 미래 기술실현도를 보고 코웃음을 치게 되었다. 내 마음속 1위는 마이너리티리포트였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의 낮은 예산과 마이너리티 리포트 보다 5년은 먼저 나온 점 등을 이후에 알게 되면서 수긍하게 되었고 오히려 미술이나 음향은 예산에 비해 굉장히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걸 깨달았다. 이 영화는 무려 명왕성이 아직 우리의 태양계 안에 있을 때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역들이 나오는 부분이 지나가고 성인들이 나오게 되었을 때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에단호크와 주드로라니! 그것도 엄청나게 젊은!! 내가 최근 마지막으로 본 에단호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서였다고…고...

바로 이 모습...

유전자로 시작해서 유전자로 끝나는 이야기

아무튼 영화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자면 미래에는 인간을 수정 시기부터 개입하여 아기의 성별별로 몇개씩의 수정을 성공시킨 뒤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은 제거하여  남녀가 끌어낼 수 있는 최상의 유전적 조건과 부모가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베이스로 시작된다. 여기서 주인공인 빈센트는 '신의 아이' 즉, 인공수정 없이 부모님의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데 태어난 그 순간 피검사를 통하여 아이의 알코올중독, 심장병, 유전 질환, 폭력성 등의 가능성을 바로 판단하여 알려주며 예상 수명은 단지 30.4세로 나온다. (정말 우생학의 끝판왕) 그런 빈센트의 탄생 이후 부부는 인공수정을 통한 둘의 최상급 아이 안톤을 낳게 되고 빈센트는 안톤과 함께 크며 좌절감을 느낀다.

 

가타카 영화 내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을 적격자와 부적격자로 나누는데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빈센트는 부적격자이며 그가 되고 싶어하는 우주비행사는 절대 불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빈센트 '빌린 사다리'를 통하여 우성 유전자인 제롬머로우의 혈액, 소변, 각질 등을 이용하여 가타카에 입사하게 되고 제롬과 함께 살며 가타카 내에서 제롬의 행세를 하며 우주비행사의 꿈에 한발짝 다가간다. 여기서 후천적인 것의 중요함을 암시하는 몇가지 장면이 포착되는데 책임자는 여러번 빈센트에게 다가와 빈센트가 계획한 우주항해계획이 최고라며 유전자와는 별개로 그의 업무 성과에 대해 칭찬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나 더 강조하기 위해서 유전적 결과에 안주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깨트리려는 빈센트와 끊임없는 대치장면을 보여준다.

첫번째로, 심장 외에 모든 것이 훌륭한 아이린과 빈센트를 계속 대치시키는데 빈센트는 부적합한 자신의 유전요인을 노력으로 이겨내는 인물을 대표하고, 아이린은 그 결과에 안주하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아이린과 빈센트가 데이트를 하다 쫒길 때 빈센트가 달리다 심장이 아픈 아이린에게 말한다. '가능한지 아닌지의 운명을 정하는 건 자신의 몫이잖아?' 

두번째로, 빈센트와 빈센트의 동생인 안톤이 있다. 안톤은 가타카 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온 형사로 나오는데 형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살인범이 잡히고 나서도 형을 사기죄로 잡아가기 위해 대치한다. 이 때 빈센트는 어릴때 자주하던 수영대결에서 자신이 안톤의 생명을 구했던 것을 이야기 하며 수영대결을 해서 어떻게 할지를 정하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대결에서 안톤은 밤에 수영대결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수영 중간중간 주춤하며 돌아가기를 청하지만 빈센트는 앞만 보고 가며 이기는 것의 비법을 이야기 한다.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 

 

그렇게 빈센트는 우주로 떠난다. 

이 영화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다 정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유전자는 한낱 참고자료 정도로 바뀌는 이야기로 바꾸어버린다. 유전자로 인해 빈센트보다 많은 것을 누리던 사람 중 그 누구도 빈센트보다 더 멀리 나아가지 않게 되었다. 

제롬의 경우 후천적 노력이라는 감독이 말하고 싶던 것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무려 92 점의 수영 은메달에 빛나는 인간이었지만 불의의 사고 이후 제롬은 빈센트에게 유전자를 빌려주고 자아를 의탁하는 사람에 머물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점수의 사람이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이었지만 유전자의 숫자에 안주함으로서 그는 영원히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고, 빈센트가 자신의 유전적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집에 갖고 있던 소각장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여전히 우리는 유전자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쩐지 우생학적 인공수정의 접근은 우리를 또 다른 가축화하는 기분에 거부감이 들었다. 영화가 100%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모두 조금은 노력의 힘을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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