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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로그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by leeeel 2020. 6. 3.

그저 인스타그램에서 홍보하는 것을 보다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영화였다. 그렇게 결심하였을 때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인데 이미 영화는 왓챠플레이에 풀리고 아녜스가 별세하기까지 했으니 나의 게으름은 시도 때도 없는 것임을 느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겠다고 하였지만 왜 보고 싶은지, 무슨 내용인지, 심지어 그때는 아녜스 바르다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볼 때까지도 난 아녜스 바르다가 누구인지 찾아보지 않았다.

 

 

 

바르다가 사랑하는 얼굴들은 바르다 아녜스와 사진작가인 JR이 프랑스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외부에 전시하는 모습을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바르다는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데 28년생이셨으니까 이 영화를 찍을 때도 80대였다. 그런데도 정정하신 모습을 보여주시지만 가끔 연세가 느껴지게 하는 장면도 나온다. 주로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구성할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녀가 찍은 영화 혹은 주변인들에 관해 이야기 할 때면 그녀가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프랑스 영화를 몇 편 보지 않은 나도 알고 있는 장 뤽 고다르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이 만든 인상적인 작품들

1. 한때 광산 도시였던 곳을 지키는 사람들

계속해서 철거를 하는 광산 도시에서 그곳을 지키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녜스는 확실한 영화감독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녜스는 광산도시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꾸며내고 그 과거 사진들도 인상적으로 교차 편집한다. 자기가 죽을 때까지 그 집을 지키겠다는 여성의 당당함을 사진에 잘 표현해내고 그 사진을 그녀의 집 전면에 붙이는 작업을 한다. 그 이후 그 여성의 이야기를 캐치해 과거에 그녀의 아버지가 먹은 석탄 뭍은 빵에 관한 이야기를 또 다른 사진으로 풀어나간다.

 

 

2. 항만노동자들의 부인들

항만부두는 남성의 전유물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아녜스는 그들의 부인들에 대한 사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노르망디의 사진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사진이었는데 컨테이너를 쌓아 올린 곳에 항만노동자들의 부인들의 전신 자신을 찍어 거대하게 붙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각자의 심장이 있는 부분의 컨테이너에 문을 열고 사진의 주인공이 앉아 있는 것을 영상으로 찍는다. 그곳에서 세 명의 노동자 부인의 기분을 묻는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아녜스는 페미니즘적 영화를 몇 편 찍은 것으로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여성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고 느껴진다.

 

 

3. 노르망디해변의 벙커

노르망디 해변에 이상한 모양새로 떨어져 있는 벙커에 JR과 아녜스는 과거 아녜스가 찍은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 그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벙커도, 엄청난 크기의 사진도 아름다웠지만 다음날 파도로 인해 흔적도 없이 스러져버린 그 사진의 무색함과 허망함이 인상 깊었다. 그곳이 노르망디라는 점도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젊은 남자가 그렇게 허망하게 스러져버린 기억이 많은 해변이니까.  

 

 

사실 영화의 마지막에 JR 아녜스는 고다르를 만나러 떠난다. 결과적으로 고다르는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의 앞에 자크와 해변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 그녀의 남편이름과 유작의 이름 고다르는 그녀의 청을 들어줄 수도 없었지만 그녀를 외면할 수도 없었을까. 바르다는 결국 눈물을 비치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JR은 그저 옆에서 위로해준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남편이라던 자크는 <쉘브르의 우산> 자크 드미라고 한다. 이젠 내가 그녀를 몰랐는지 이해할 없을 정도이다...

 

이런 예감? 직감이 맞을 때 희열이 생긴다. 사진도, 프랑스 영화도, 예술도 잘 모르지만 내가 이것을 좋아할 것이다 싫어할 것이 다에 대해 강한 느낌이 오고 그걸 확인했을 때 소름이 돋는다. 사실 이 영화가 뒤에 장뤼크 고다르와의 에피소드로 인해 자못 나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영화 내내 나오는 프랑스의 전원적 아름다움과 바르다의 눈으로 본 인간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하게 볼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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