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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 오브 킬링 (Act of killing)

by leeeel 2020. 6. 17.

 

액트 오브 킬링 (Act of killing)

개인적으로는 영화감상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올해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은 의미에서 계획에 영화 몇편보기를 넣어두었을 정도이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전달 방식이 내가 받아들이기에 너무 빠르고 폭력적이라는데에 있다. 영상매체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지나가고 흘러가는지라 머릿속을 항상 복잡하게 만든다. 액트오브킬링은 바로 그런 불편한 영화인데 바로 그 점이 역설적이게도 액트 오브 킬링을 훌륭한 영화로 만든다. 

 

진실을 목도하고 그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고통 받는 것이 생존자가 할 수 있는 애도이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애도의 영화이다. 

 

 

줄거리

영화는 1965년 인도네시아의 대학살을 주제로 촬영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액트 오브 킬링은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학살사건의 가해자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잔혹한 학살의 주도자와 승자는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사실 인도네시아의 대학살을 모른채 영화를 봐서 영화를 다 본 뒤 찾아보았다. 영화의 감상화는 약간은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만 관련글 혹은 접은 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주인공으로 나오는 안와르는 사실 대학살 이전 그냥 일개 양아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암표를 판매하고 동네 깡페짓이나 하던...하지만 그 구테타 이후 안와르는 약 1000여명을 죽인 살인자이자 판차실라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된다. 영화 내내 다큐멘터리의 감독은 안와르가 그 당시 사람들을 어떻게 살인했는지 살인 행위 (말 그대로 act of killing)에 대해 물으면서 안와르가 원하는 방식대로 그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영화를 찍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안와르와 몇몇의 주변 사람들은 그 학살과 살인에 대해 다큐멘터리 감독의 의도대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하지만 그 자체가 살인행위라는 것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안와르가 스스로 죄를 지은 것인지를 반문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그의 업적이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 올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아래의 장면은 두번 반복해서 나오게 되는데 처음 장면에서는 아주 활짝 웃으면서 그 당시를 재현한다. 어떻게 고문하고 죽였는지, 하지만 안와르가 자신의 행위를 업적과 분리하고 목도하였을때 그는 다시 재현하지 못하고 헛구역질만을 해댄다. 

영화의 중앙을 가르는 효과를 주는? 환기를 시켜주는 난해하기 그지없는 춤장면...이 장면은 정말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보기

1. 인도네시아 대학살 

http://blog.daum.net/osu0582/1832

 

인도네시아의 반세기 금기어 ‘1965년 대학살’

제7회 진실의힘 인권상 받은 베드조 운퉁이 말하는 지옥도… 50년 지났지만 군부 감시로 피해자 모임조차 어려워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68년 12월 ‘인도네시아-1965 역효과를 낳은 쿠데타’라��

blog.daum.net

다른분의 블로그인데 이보다 더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첨부한다. 

2. 판차실라

영화를 보는 내내 판치실라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다. 꼭 이런 거창한 것들이 제일 무섭지...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 17일 인도네시아 공화국 독립을 선포한 이후 초대 대통령 아크멧 수카르노(재임 1945~1966)의 통치 아래 판치실라라는 다섯 가지 건국이념에 따라 강력한 민족주의를 표방하였다.

다섯 가지 건국이념은 다음과 같다.
① 유일신에 대한 믿음(Belief in the one and only God)
② 공정하고 문명화된 인본주의(Just and civilized humanity)
③ 인도네시아의 통합(The unity of Indonesia)
④ 합의제와 대의제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Democracy guided by the inner wisdom in the unanimity)
⑤ 인도네시아 국민에 대한 사회 정의(Social justice for all of the people of Indonesia) 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판차실라 [Pancasila] (두산백과)

 

 

감상

우리는 승자의 역사를 배운다. 승자가 남긴 글과 유적을 보고 배우는 세대라 사실 승자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는 낯설기 마련이다. 요즘의 역사는 온전히 승자의 역사만 보기보다는 후세의 중립적인 관점이 조금은 첨가되긴 하지만 그것마져도 사실은 후세의 패권국의 관점이 들어간 것이라 보는게 더 옳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인도네시아 대학살 사건을 다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잘 알려지지도 않은 내용이기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패권싸움이라는 이름아래 수많은 일반인의 피해가 있었다는데에서 우리는 익숙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액트 오브 킬링이 특이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승자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승자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아주 아름답고 숭고하게 그려진다. 최근에야 베트남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의 진짜 이유와 강대국의 잇속이 보여지면서 조금은 덜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슈퍼히어로의 세상을 살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런 역사에 익숙한 사람이었기에 이 영화가 너무 불편하고 어려웠다. 승자가 더이상 승자가 되지 않을 시점이 오기 전에 그런 끔찍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과연 사람들이 보어전쟁의 수용소에 갖힌 사람들의 역사를, 쿠르드족 대학살의 피해자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와 뱅골대기근의 피해자 수가 거의 비슷한 걸 (사실 뱅골 대기근의 피해자 추정치가 더 많다) 알고 있을까? 우리가 아는 피해자 역시 일종의 승리한 피해자 아닐까 싶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하나를 바랐다. 안와르와 같은 프리맨들에게 제발 제발 공산주의를 '적폐'시키려 했던 자신만의 소신이라도 있었다면 좋겠다. 냉전시대가 다 지나고 태어나서 전쟁 한번 안 겪어본 내가 뭘 알겠냐만은 제발 이들이 그 살인 행위를 한 최소한의 신념이나 티끌만한 이유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피해자들이 정녕 아무 이유 없이 개죽음을 당했다면 너무 절망적일 것 같다.

 

이 영화 속에서는 대부분의 가해자는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피해자들은 연유도 모른채 가족이 죽고 또 여전히 잘 살고 있지 못하다. 영화의 후속작 침묵의 시선에서는 피해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그려낸다고 하니 그것도 봐야겠다. 

 

영화는 그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주진 않는다. 객관적인 과정이나 결과 혹은 명료한 숫자 하나 없고 이 일이 왜 일어났었는지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없다면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어떤 사건인지 모르더라도 액트 오브 킬링은 강렬하다. 스스로 영화에 대해 검색해보고, 사건에 대해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내내 불편한 것은 여성의 서사가 하나도 없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분명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일 것이고, 가해자 역시 남성만 있진 않았을것인데도 불구하고 나오는 여성이라고는 뇌물을 받는 여성 혹은 들러리로 나오는 정도이다. 이런 영화에서 조차 여성은 지워진다는것이 찝찝하다.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할 때, 수요일 위안부 정기 시위를 갈 때 생각하긴 싫지만 나중에 그것이 역사가 되더라도 내가 지워진다는 생각을 하면 이런 영화도 마냥 좋아하면서 볼 순 없다. 

 

 

대사

 

  •  범죄는 승자들이 정하는거죠.  승자니까 스스로 규정할  있어요 국제적인 정을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건 진실이  좋은  아니라 거예요.좋지 않은 진실도 있죠  일을 다시 들추는 것도 그래요. 진실을  알아낸다고 좋은  아니에요.

 

  • 안와르: 내가 예전에 고문했던 람들도 분이 나처 랬을까요?내가 고문 람들의 심정을   같네요 왜냐 럴때  람의 존엄성이 파괴됐잖아요. 그리고 공포를 꼈죠.  순간에...갑자기 온갖 공포가  몸을 파고들었어요 온몸이 공포에 휩싸이더라고요감독그때 고문당한 사람들은 훨씬  고통스러웠죠안와르씨는 영화란걸 알지만 그들은 죽는다는  알았으니까요

 

  • 안와르:하지 느  있어요 정말 느껴져요. 아니 내가 정말...죄 지은건가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짓을 했는데 그게  나한테 돌아오는 건가요? 그 아니 좋겠네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 "더 인도적이고 덜 가학적인 방법으로 촬영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고 과감하게 몰살장면을 표현하신 안와르 콩고와 프레만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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