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워 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나 완전 여름형 인간이야", "I'm a totally summer person"
어디에서 나를 설명할 일이 있을 때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었다. 여름형 인간에게 아무튼 여름만큼 찰떡같은 가슴을 두근대게 하는 제목이 어디 있을까.
겨울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읽게 된 것도 아련하게나마 추억을 회상하고 여름의 냄새라도 맡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가?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와 작가님이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입맥주 네캔 만원, 치앙마이, 수영, 초당옥수수, 플링 등등 익히 내가 알고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레몬소주, 사누르, 혼술 등의 나를 유혹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 책에는 노관심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할 것 같은 걸로 이루어진 한개의 책이다.
여름의 이야기를 여름형 인간인 내가 동요되리 만큼 잘 기록해주셨지만 책을 읽으면서 요즘의 상황이 자꾸만 겹쳐 씁쓸했다. 그리고 작가님의 건강이 조금은 걱정되었다. 어디론가 도망치는 것을 좋아하는, 도망쳐서 회복하고 돌아오는 법을 아는 사람에게는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치앙마이도, 괌도, 작가님은 지칠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분인데...(물론 책을 읽어봤을때 떠난다고 해결되진 않아보이지만) 올 한해가 떠나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 없던 한해엿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아무튼은 소소한 힘이 있다. 가볍게 읽고 가볍게 덮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처럼 하나의 도피처가 되기 마련이니까.
여름을 싫어한다면 그 끈점함과 햇빛이 미화된 지금이 좋아한다면 그 뜨거운 느낌이 그리운 지금이 이 책을 읽을 적시이다.
-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조바심이 났다. 뭔가 신나는 일을 해야 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 열정, 젊음, 무모함, 로맨스, 핫바디, 섹시. 이런 것들이야말로 여름을 설명하는 단어라고 믿었다.
- 언젠가부터 코미디 프로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는데, 인생이 코미디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며칠 후 도착한 '같은 모양 다른 색깔' 옷들을 아무 감흥 없이 입는다. 몸에 딱 맞지 않아도, 색상이 어울리지 않아도 그냥 입는다. 겨울에는 구려도 상관없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이미 구리기 때문이다.
- 용기는 나와 전혀 다른 이들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그들로부터 힘을 얻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 자식이 마흔이나 쉰 살쯤 됐을 때 부모의 삶이 이해된다면, 그 부모는 좋은 부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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