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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그

죽은자의 집청소

by leeeel 2020. 11. 21.



-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찾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 고급 빌라나 호화 주택에 고가의 세간을 남긴 채, 이른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는 본 적이 없다. 

 

- 가난하다고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그대가 현자라면 언제나 심각한 사람이 손해라는 것쯤은 깨달았으리라. 

 

-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온 여러 사연은 이윽고 거대한 봉투에 담겨서 몇 주 동안 여러 폐기물 처리 시설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한 줌도 못 미치는 보잘것 없는 회색 재가 될 것입니다. 

 

- 제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그런 점입니다. 일상에서도 늘 죽음과 연결된 느낌이 들어요. 

 

- 죽음이라는 관념에 늘 접속 중인 것 같아요. 

 

- 검경이 나서서 피해자에게 청소서비스라도 해서 도움을 줄 만큼 일반인은 손 쓸 도리 없을 정도로 참혹한 사건은 주로 돈과 연관된 것이었다. 

 

- 하지만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만한 기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짧은 견식을 가진 나로서는 죽은 자의 집은 항상 죽은 자와 동떨어져 있었다. 죽은 이는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그 집엔 그가 없는 가족들이 살아가는 집. 속이 좁고 아는게 적은 나로서는 막연하게 나마 생각할 수 있는 죽음은 대부분 그랬다. 아니면 엄청나게 비극적인 스토리를 닮은 고독사라던다. 이 책의 저자는 죽은 사람의 집, 혹은 삶을 정리하기에 지쳐버린 호더(hoarder)들의 집처럼 특수한  곳을 청소하는 분이다. 그런 곳에는 어쨋든 사정이 있기 마련이고 이분은 그 몇시간 혹은 며칠간의 청소를 하면서 죽은 이 혹은 죽은 동물을 삶을 조금 아주 조금 보게 되고 또 느끼게 되어서 그 내용을 책에 담으셨다. 

 

단순이 놀라운 이야기, 죽음과 밀접해 있다는 자극적인 내용이 있을 거라 생각되었지만 사실 참 사람냄새 나고 (물론 죽음 역시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이지만) 죽음을 보며 삶을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강렬하게 기억을 남기는 편이었는데 무엇보다 자살을 하러 가서 작가에게 전화를 한 분이나 자살 전 죽은 후 집 청소의 견적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기 위해 전화하신분,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고도 너무 착하셔서 자신이 죽을 곳을 정리하던 분이 생각에 남는다. 죽음 후의 사람들의 스토리보다는 죽음이전부터 이후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분들이 더 강한 충격을 주는건 한때나마의 그 사람의 목소리, 이야기, 행동을 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묻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이 더 가치있고 굳세게 할 기전이 될 것이라 믿는다는 것은 더 없이 건강하고 죽음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된다. 이 분은 건강한 정신을 가지신 분이구나. 이런 일을 수없이 겪고도 튼튼하게 정신을 가꾸실 수 있고 가끔은 그 전의 주인을 위해 울어줄 수도 있는 멋진 분이구나를 느꼈다. 

 

많은 편의가 우리를 죽음에서 멀리 떨어뜨려주었다. 우리는 굉장히 안전한 느낌을 받고 죽음을 겪기 전까지는 죽음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죽음은 우리와 동떨어져있게 되었다. 죽음을 우리의 한 가운데 둘 순 없더라고 가끔은 앞만 보는 것이 아닌 등 뒤에 있는 죽음도 이렇게 한번쯤 뒤돌아 봐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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