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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그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by leeeel 2021. 2. 2.

안녕하세요 리리입니다.:) 

저의 책에 대한 취향은 20살,28살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는데요. 부끄럽지만 약간은 허세끼가 충만하던 10대에는 주로 고전만을 읽었어요. 이것조차 웃긴데 현대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구 상실의 시대 현 노르웨이의 숲에서 주인공인지 주인공이 자긴 죽은지 100년이 안된 작가가 쓴 글을 읽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읽은 기점으로 그랬던것 같아요. 즉 14-20사이엔 주구장창 그런 책들만 읽거나 혹은 사회 비판, 괴로운 글을 찾아 읽는게 취미였고, 20대 초중반에도 주로 소설이나 인문학을 주로 읽었던 것 같아요.

28살이 되던 해, 에세이에 맛이 들렸는데요. 이젠 내 인생이 괴로워 괴로운 책, 읽기 어려운 책은 손이 안가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땐 어른이 되면 더 어려운 책, 날카로운 책만 읽게 될 줄 알았는데 웬걸 난 이제 쉬운 책, 말랑말랑한 책 마니아입니다. 구구절절 말했지만 결국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도 말랑말랑 따뜻한 에세이란 말이에요.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밑줄긋기 

- 릴리가 나의 새롭고 더 나은 버전이 아니듯, 릴리의 인생 역시 내 인생의 새롭고 더 나은 버전이 될 수 없다. 릴리에겐 릴리만의 인생이 있다. 릴리만이 해보고 싶고, 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삽질이 있다. 그런 무수한 삽질을 통해 고유한 자기만의 삶을 이뤄가고 있는데, 릴리의 독자적인 권리를 무시하고,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훈계질 하려 했던 것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앞으로 훈계질은 그만이다. 물론 릴리는 아직도 내가 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 그 작가도 마침 글쓰기의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극복할 방법 하나를 알아냈다고 했다. 너무 잘 쓰려고 스스로를 달달 볶지 말고 그냥 쓰레기를 쓰자고 생각하기로 했단다. 그러자 큰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쓰자”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광명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거기다 내가 전업 작가도 아니고 번역가로 쓰는 글인데 왜 그리 잘 써야 한다고 안달했을까. 세상을 구원해야 하는 글도 아닌데 고뇌하지 말고 평소 쓰던 대로 쓰레기를 쓰고 나서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면 될 것을.

 

감상

싱글맘 번역가와 10대 딸의 이야기. 정확하게는 싱글맘의 10대딸 관찰일기 같은 느낌이 난다. 딸인 릴리와 송이 그리고 아기 강아지 (강아지야 미안해 이름이 기억이 안나), 그들의 가장 박산호 작가님 이렇게 이루어진 가족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는데 10대 딸도 너무 의젓하고 생각이 깊어보이고 그렇게 혼자 키워낸 작가님 역시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깊어보인다.

 

이 책을 읽고서는 릴리가 살짝 부러워졌다. 릴리는 앞으로 외로울때마다 괴로울때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견딜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나도 저렇게 사랑을 쏟을 사람이 나올 수있을까하기도 하는 것도 부러웠다. 인생사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사실이지만 아주 오랫동안 나는 어렴풋이 나는 결혼을 하지 않겠구나, 고로 아이도 없이 살겠구나 생각했다. 내 인생의 연표와 계획에는 한번도 남편과 아이라는 존재가 끼어든 적이 없고 그래서 편하고 목표지향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산호 작가님처럼 괴롭지만 내가 올곧이 사랑해줄 수 있는 존재가 생기는 건 어떤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궁금해졌다. 

 

꼭 가족이야기만으로 구성 되어있지도 않은데 박산호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에도 속으로 박수를 짝! 치게 만든 구절이 있었다. 쓰레기를 쓰자. 나도 책을 읽는 것 글을 남기는 것에 아주 약간씩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별 이유는 없고 내가 너무 쉬운 책만 읽나? 그래도 어딘가에 남는 글인데 너무 못쓰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이 끊임 없이 날 살살 긁어왔다. 근데 뭐 이 구절을 읽고 느꼈다. 그래 안읽는 것 보다는 뭐라도 읽는 것이 낫고 안쓰는 것 보다는 쓰레기라도 쓰는게 낫다. 앞으로도 내 마음대로 읽고 쓰겠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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