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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그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by leeeel 2021. 8. 26.

안녕하세요. 리리입니다. 

제목만 보고도 풋 하고 웃음이 났다. 

그치 뭘 사랑까지 하고 그러냐 거창하게. 

그냥 좋기나 하자 하는 마음이 통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묘한 배신감이라고 할까. 그런게 들었다. 아니 뭘 사랑까지 하냐 했는데 이 소설가는 뭐 이리 사랑하는게 많고 사랑받는 일이 많은지. 글에 등장하는 사람 중에 사랑하지 않는 눈길로 바라 본 자들이 없었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느냐 싶은거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묘사한다고? 이건 사랑이야! 사랑이 있어도 돌아서면 까먹는게 내 인생이라 그런지 김서령 소설가의 제목과 내용에서 오는 묘한 이질감에 배신감까지 들었던거지. 

 

아마 가장 큰 변화는 결혼과 아기였을 것 같다. 짤막한 연애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뭐 그럴 수 있지 하하 웃어 넘기기도 하고, 그가 아는, 들은, 본 사랑 이야기를 전달할때도 달달하거나 눈물겹거나 그렇기는 했어도 배신감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아가야를 향한 마음 혹은 아이를 가졌던 그 이후 이야기들은 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그의 눈으로 본 세상이 퍽이나 사랑스럽구나 느껴질 정도였다. 

 

또 다른 배아픔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여행이었다. 아니 직장인이 어떻게 반년씩 일년씩 어디엔가를 체류 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방법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것이 또 배알이 꼴리게 부러웠다. 거기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으로 나라 밖으로 한 발자국 떼는 것도 힘든 지금은 그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부럽고 또 부러울 지경이었다. 공간의 변화가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큰 동요를 주는지 먼 곳으로 훌쩍 다 잊고 떠나는게 또 어떤 위로가 되는지 알기에 더 그렇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김서령작가는 소설가라 그런지 글밥이 좋다. 나의 주변에서도 있을 법한 그런 일도 이렇게 재미있는 일로 탈바꿈이 되어 책이 되구나 라는 느낌을 준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잘 읽었다고 좋다고 느끼는 에세이는 그 작가가 궁금해지는 에세이이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글을 쓸까. 이런 생각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만 해도 그 책은 좋은 책이라고 느껴진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속에는 고등학생인 김서령, 20대 연애와 여행에 빠진 김서령, 혼자 여유로운 라이프를 즐기는 30대 김서령, 덜컥 아이가 생겨 육아를 시작한 김서령이 다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작가가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분이세요 당신. 

 

 

Y는 날씬하고 예뻤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라면을 네 개씩 끓여 먹는 버릇이 있었다. Y를 사랑했던 남자는 Y가 민망해할까 봐 라면을 똑같이 먹는 습관을 들였다. 물론 네 개까지는 먹지 못했고 가장 많이 먹은 날이 세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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